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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노르웨이의 숲 저자/줄거리/느낀점카테고리 없음 2025. 5. 19. 23:46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은 상실과 성장, 그리고 사랑에 대해 섬세하고 고요하게 써 내려간 청춘소설입니다. 주인공 와타나베의 시선을 따라가며, 삶과 죽음, 고독과 감정의 복잡한 결들을 그려내는 이 작품은 우리 내면의 공허와 치유의 가능성을 조용히 들여다보게 하는 소설입니다.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는 1949년 일본 교토에서 태어난 세계적인 소설가입니다. 와세다대학교에서 연극을 전공했으며,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데뷔하여 군조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1984』, 『상실의 시대』, 『해변의 카프카』 등 독창적이고 몽환적인 문체로 일본은 물론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작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특히 그는 재즈와 서구 문학, 대중문화를 자유롭게 작품에 녹여내며, 일본 문학을 넘어 세계문학의 흐름 속에서도 독자적인 스타일을 구축했습니다. 『노르웨이의 숲』은 1987년에 출간되어 하루키를 대중적인 작가로 만든 결정적인 작품으로, 출간 직후 일본에서 1000만 부 이상 판매되며 사회적인 현상까지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실험적인 문체와 형이상학적 주제를 다뤄온 하루키가 이 작품에서는 보다 현실적이고 섬세한 감성으로 접근했으며, 청춘의 고통과 사랑을 진솔하게 담아내며 세대를 초월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그의 문장은 간결하면서도 깊고, 음악처럼 리듬감이 있어 읽는 이를 매료시키며 독창적인 세계관을 펼쳐 보이는 작가입니다.
줄거리
소설은 주인공 와타나베 토오루가 37세가 되어, 공항에서 비틀즈의 ‘노르웨이의 숲’을 듣는 장면으로 시작되며 과거를 회상하는 구조로 전개됩니다. 1960년대 일본 도쿄를 배경으로, 20살의 와타나베는 절친 기즈키의 갑작스러운 자살 이후 깊은 상실감에 빠지며 그의 여자친구였던 나오코와 교류를 이어가게 됩니다. 나오코는 기즈키의 죽음을 극복하지 못하고 정신적 불안정 속에 요양소에 입원하게 되고, 와타나베는 그녀에 대한 연민과 사랑 사이에서 혼란을 겪게 됩니다. 그러던 중 와타나베는 대학에서 만난 활기찬 여학생 미도리와 가까워지게 되며, 나오코와는 정반대인 생명력 가득한 미도리에게 이끌립니다. 나오코와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그녀를 위로하려 노력하지만, 결국 나오코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맙니다. 와타나베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정체성을 잃은 채 방황하지만, 미도리와의 관계 속에서 다시 삶의 감각을 찾아가려는 희미한 의지를 보입니다. 『노르웨이의 숲』은 와타나베가 겪는 사랑과 상실, 고독과 내면의 갈등을 통해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외로움과 치유의 과정을 담담하고 아름다운 문체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하루키 특유의 정적이면서도 음악적인 서사가 돋보이며, 각 인물은 현실적인 동시에 상징적인 의미로 독자의 내면을 깊이 파고듭니다.
느낀점
책을 읽는 내내 마치 깊은 밤의 재즈를 듣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외롭고, 고장난 감정들을 안고 살아가지만 그 고요한 정서 안에 묘한 따뜻함이 있어서 저도 모르게 빠져들었습니다. 와타나베의 시선을 따라가며 나오코와 미도리라는 두 인물 사이에서 인간관계의 복잡한 감정들을 마주했을 때, 저 역시 누구를 사랑하고 있는지, 어떤 감정을 외면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나오코의 아픔은 단순한 우울이 아니라 그 사람의 존재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마음이 먹먹했습니다. 반대로 미도리는 생기 넘치지만 그 안에 감춰진 외로움이 있어 더욱 입체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하루키는 누구도 쉽게 말하지 못하는 감정들을 너무나 조용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짚어내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때때로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혼란스러울 때가 많은데, 이 책은 그런 감정들에 대해 스스로 솔직해져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듯했습니다. 읽고 나서 며칠간 여운이 남았고, 특히 “죽는 건 끔찍하지만, 살아가는 것도 만만치 않다”는 문장이 계속 맴돌았습니다. 『노르웨이의 숲』은 단순한 청춘소설이 아니라, 삶의 본질에 다가서는 섬세한 기록이라고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