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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저자/줄거리/느낀점
    카테고리 없음 2025. 5. 16. 21:13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프랑수아즈 사강이 서른도 되기 전에 발표한 세 번째 소설로, 중년 여성의 사랑과 외로움을 섬세하고 우아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나이 차이를 뛰어넘는 연애를 통해 인간 관계의 공허함과 진심의 복잡함을 담아내며, 감정의 섬세한 결을 음악처럼 울려주는 프랑스 현대문학의 명작입니다.


    저자 

    프랑수아즈 사강은 1935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18세라는 어린 나이에 『슬픔이여 안녕』으로 문단에 데뷔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작가입니다. 귀족적인 배경과 세련된 문체, 감정의 미묘한 파고를 포착해내는 섬세한 문장력으로 사랑과 자유, 허무와 우울이라는 인간 감정의 깊이를 꾸준히 탐구해왔습니다. 사강은 사회의 전형적인 여성상에 순응하지 않고, 스스로의 감정과 욕망에 충실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움으로써 당시 여성 독자들에게 큰 영향력을 끼쳤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대부분 길지 않은 분량 속에 인간 관계의 본질과 외로움, 자기 결정의 어려움을 담고 있으며, 인물들이 처한 상황을 도덕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조용히 묘사하는 방식이 특징입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역시 그런 작풍이 잘 드러난 소설로, 삶의 공허함 속에서도 사랑을 붙들고 싶은 욕망과 동시에 자유롭고 싶은 갈망 사이에서 흔들리는 여성의 내면을 음악처럼 잔잔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강은 스스로를 낭만주의자라고 표현했지만, 그녀의 낭만은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현실과 타협하면서도 감정의 진실을 놓치지 않으려는 고집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줄거리 

     

    소설의 주인공 폴은 서른다섯 살의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성공적인 커리어와 자유로운 삶을 유지하고 있지만 오랜 연인 로제와의 반복된 관계에 공허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로제는 안정적인 남성이지만 유부녀와의 관계를 이어가고 있으며, 폴은 그런 상황을 알면서도 차마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오랜 시간 감정적 침묵 속에 머물러 있습니다. 어느 날 폴은 한 고객의 아들이자 젊은 청년인 시몽을 만나게 되고, 자신보다 열다섯 살이나 어린 그에게 호감을 느끼게 됩니다. 시몽은 폴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며 진심을 표현하고, 폴은 오랜만에 설렘과 위안을 느끼게 되지만 동시에 나이 차이와 현실적인 조건 때문에 망설이게 됩니다. 그녀는 로제와 시몽, 두 남자 사이에서 감정적으로 흔들리고, 그 누구와도 완전히 연결되지 못한 채 점점 외로움에 갇혀갑니다. 이야기는 격정적인 드라마를 선택하지 않고, 아주 조용한 일상의 틈에서 벌어지는 감정의 파동을 따라갑니다. 폴은 결국 시몽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외로움과 현실 사이에서 또 한 번 타협하며 살아갑니다. 이 소설은 한 여성이 사랑을 통해 진짜 자신을 마주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간결한 문장과 깊은 정서가 돋보입니다. 제목 속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물음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상대의 삶과 감정에 다가가려는 용기 있는 질문으로 읽히며, 독자에게도 같은 질문을 조용히 던지고 있습니다.

     

    느낀점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다가왔던 감정은 외로움이었습니다. 폴은 겉보기에 세련되고 독립적인 여성처럼 보이지만, 그녀가 겪는 감정은 아주 인간적이고 흔들리는 것이었습니다.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전혀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지금의 나 자신과도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적으로 ‘괜찮아 보이는’ 관계 속에서 점점 자신을 잃어가는 감정, 그리고 아주 사소한 호의에 설레면서도 동시에 불안해지는 마음이 너무 현실적으로 그려져 있어서 계속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시몽이 폴에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고 물었을 때, 그건 단순히 음악 취향을 묻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깊은 내면에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라는 게 느껴져서 울컥했습니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나는 폴이 왜 시몽을 떠났는지, 또 왜 로제를 완전히 놓지 못했는지 계속 생각하게 되었고, 그 감정의 복잡함이 너무나 현실적이라 쉽게 판단할 수 없었습니다. 이 책은 사랑 이야기이지만, 단순한 연애가 아니라 한 사람의 내면과 삶의 선택을 섬세하게 따라가는 성숙한 이야기였습니다. 읽고 나서 마음이 잔잔해지고,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고 조용히 묻고 싶어졌습니다. 사랑이란 감정이 그저 뜨겁거나 슬픈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바라보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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